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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휴지 살 가게 하나 없다” 소멸 닥친 마을 1067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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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4회 작성일 21-10-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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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닥친 마을 1067곳

‘소멸 고위험’ 충남·경북 마을
동네 들어서니 잡초 무성한 폐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 기반 붕괴
고위험 시·군·구, 1년새 50% 급증

‘살고 싶은 마을, 봉선리’

지난달 28일 물버들로 유명하다는 봉선저수지를 거쳐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회관 앞 표지석이 방문객을 맞았다. 바로 옆 도로 건너편으로 한눈에 봐도 방치된 지 여러 해인 빨간 지붕 집이 눈에 들어왔다. 담벼락 무너진 자리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백정현(71) 이장의 안내를 받아 언덕 위 집으로 향했다. 백 이장은 “이 마을에선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제 이 동네는 죽은 사람 상여도 노인이 메야 한다”는 씁쓸한 농담을 던지며 쓰러져가는 폐가로 들어섰다.

‘멈춰버린 시계, 먼지 쌓인 전기밥솥, 누런 국그릇과 밥그릇, 녹슨 우산, 널브러진 문짝….’

10여년 전 홀로 살다 세상을 떴다는 집주인 할아버지의 삶의 흔적들은 집 안에 오롯이 남아 있었다. 적막 속에 들깻잎과 콩잎만이 어지럽게 집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백 이장이 입을 열었다. “동네에 애는 없고 노인만 천지여유. 이런 빈집 앞으로 더 늘어갈 텐데, 그게 걱정이구먼유.”

일흔한살 ‘젊은’ 이장의 걱정은 봉선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봉선리처럼 지방소멸이 현실화한 곳으로 평가되는 ‘소멸고위험지역’이 한해 만에 5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228개 전국 시·군·구 중 36곳(15.8%), 3553개 읍·면·동 중 1067곳(30%)이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소멸위험지역은 시·군·구 106곳(46.5%), 읍·면·동 1777곳(50%)이다. 특히 소멸위험 시·군·구는 지난해 105곳에서 올해 106곳으로 별 변화가 없지만, 소멸고위험지역은 지난해 23곳에서 올해 36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소멸위험지역으로의 진입은 큰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령층, 초고령층 중심 사회가 돼 공동체의 인구기반이 점차 소멸할 것으로 예측되는 단계다. 여기서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넘어가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기반이 붕괴돼 소멸이 현실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아플까 봐 겁부터 난다”

충남 서천군 시초면 봉선리는 전체 주민이 95명인 자그마한 동네였다. 20~39살 여성인구 수를 65살 이상 인구 수로 나눈 소멸위험지수는 1.0 이하면 쇠퇴위험이 있다는 뜻인데, 이 동네 소멸위험지수는 기준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0.09로 소멸고위험 기준인 0.2보다도 낮다. 주민 가운데 60대 이상이 52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40~50대 23명, 20~30대는 11명, 10대 이하는 9명뿐이었다.

사람이 줄기 시작한 지는 얼추 40년은 됐단다. 백 이장은 “그때는 처녀들이 가발공장에 많이 취직했거든. 짝 없는데 총각들이 뭐 하러 시골에서 농사짓겄어. 너도나도 보따리를 쌌지”라고 했다.

고향을 뜨는 이가 많아질수록 남는 이들이 겪는 불편은 커져만 간다. 동네 중학생 둘과 고등학생 셋은 하루 세번 오는 버스를 타고 10㎞가량 떨어진 서천읍내로 통학한다. 그나마 유일한 초등학생은 스쿨버스를 타고 2㎞ 거리 시초초등학교를 다닌다. 없는 것 빼곤 다 팔던 ‘점방’은 10여년 전에 문을 닫았고, 휴지나 식용유 같은 생활필수품을 사려면 시초면 슈퍼나 옆 동네인 문산면 농협마트까지 가야 한다.

노인들에게 병원이 멀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몸이 이상해 정밀검사라도 받으려면 도 경계를 넘어 전북 익산까지 가야 한다. 부인이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전임 노인회장 박성규(85)씨는 “아플까 봐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땅에 의지해 걱정 없이 살기 좋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치매 치료차 서울까지 병원에 다녀야 하는 일상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2009년 서천공주고속도로 개통으로 마을이 쪼개지면서 불꽃놀이나 풍물을 할 사람이 차츰 사라져 대보름맞이 동네 축제도 해마다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축제를 이끌어온 최규훈(68)씨는 “봉선저수지를 생태관광지로 개발하면 동네를 되살릴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숙박시설, 음식점, 편의시설 등이 있어야지, (생태관광) 체험학습센터만 만들면 무슨 소용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 촬영지, 머물지 않는 사람들

서천 봉선리에서 동쪽으로 250㎞가량 떨어진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해발 637m 조림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3개 마을이 형성돼 오랜 세월 사람들이 살아온 동네다.

연휴였던 지난 4일 화본1리 화본역 근처에 다다르자 밀려든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눈길을 돌려 바라본 ‘역전슈퍼’는 기념품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적였고, 역 앞 국숫집에는 ‘주말, 공휴일 대기시간은 2시간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2~3년 전부터 주말이면 관광객이 넘쳐난단다.

하지만 마을 안쪽으로 차를 돌리자, 여느 농촌처럼 한적하기만 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이종준(63)씨는 “사람이 빠지기 시작한 지는 20년 정도 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 공부시킨다고 대구로 많이 나갔다. 나이 든 어르신들은 점점 돌아가시니까 빈집도 점점 많아진다”며 “관광지가 되면서 사람이 많아서 좋긴 한데, 워낙 외진 곳이라 귀촌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이 동네 인구구성도 심한 가분수형이었다. 면사무소와 화본역이 있는 ‘대처’인 화본1리에는 297명이 사는데, 60대 이상이 187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40~50대는 68명, 20~30대 29명, 10대 이하는 13명뿐이었다. 소멸위험지수 0.04. 관광지가 된 덕분에 드나드는 이는 많지만, 공동체 지속가능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마을회관 건너편 산성초등학교는 9년 전 폐교됐고, 이씨가 사는 화본2리에는 스무살 미만 주민은 한명도 없다고 했다.

이곳 또한 ‘아플 때’가 문제였다. 보건지소에서는 독감 예방접종 정도만 가능할 뿐, 긴급상황이 발생하거나 만성질환을 앓는 이는 누군가가 모시고 군위읍내 또는 차로 1시간 거리인 대구까지 나가야 한다. 이씨는 “어르신들이 (혼자) 병원 가는 건 엄두를 못 낸다. 긴급 환자가 생겨서 119를 부르면 경북 칠곡까지 간다. 어떤 때는 영천, 대구까지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군 차원에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시 편입을 인구 증가세로 반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겠냐는 분위기도 있다. 군위읍사무소 앞에도 ‘군위군 대구시 편입 촉구 1만명 서명운동’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대구와 경북은 한발 더 나아가 ‘대구경북특별광역시’를 만드는 초광역 행정통합도 추진 중이다. 군위읍내에서 만난 박태문(75)씨는 “공항 생기고 대구시로 되면 땅값도 오르고 젊은 사람들 일자리는 더 안 생기겠나”라고 말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넘지 못한 벽을 공항과 대구시 편입이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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