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탄 절반 ‘폭식’하는 에너지 공룡 중국…단전 사태 불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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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션양의 석탄 발전소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션양/로이터 연합뉴스
(아래)중국 수도 베이징 중심 상업지구 주변에 송전탑이 들어서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전체 전력의 60%를 석탄 발전에 의지
시진핑, 석탄중독 구조 탈피하려 노력
“2060년까지 탄소중립”…아직은 구호만
지난달 시작된 중국의 전력공급 중단 사태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7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냉방 수요가 한풀 꺾인 가을 초입에 발생한 이례적인 단전 사태의 원인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전에도 단전 사태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예고 없이 광범위한 지역에 단전이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국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달 말 중국 31개 성 가운데 광둥·저장·랴오닝·지린 등 20개 성에서 전기 공급이 제한됐다. 상당수 공장이 가동을 전면 중단하거나 조업 시간을 크게 줄였다. 에너지 소비가 큰 제철소와 알루미늄 정련 공장에서 시작해 섬유·식품·전자 등 거의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랴오닝성 선양에서는 정전으로 신호등이 꺼졌고,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광둥성 광저우와 선전은 국경절 연휴를 축하하는 조명쇼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 중심 상하이에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정전을 한다고 공지했다.
생산 못했나, 안했나? 엇갈리는 두가지 원인
이번 단전 사태를 두고 두 가지 원인이 거론된다. 첫째는 중국 전체 전기 생산의 60.8%를 차지하는 석탄 부족이 이번 위기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하면서 세계적으로 석탄 수요가 급증했고, 그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중국이나 인도(70.6%)처럼 석탄 발전 비중이 큰 나라들이 석탄 부족으로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산화)탄소 감소’ 정책을 지키지 못한 지역들이 불가피하게 전력 생산을 ‘잠시’ 중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후인 2015년 10월(공산당 18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에너지 소비 총량과 소비 강도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 정책을 도입했다. 각 지방 정부에도 해마다 목표치가 부과되는데, 지난 8월 이를 지키지 못한 지역들에 경고가 전달됐고 각 지방정부가 결국 전력 생산을 잠시 중단했다는 것이다.
위의 두 설명 가운데 하나는 전력 생산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서로 상충된다. 중국 정부는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언론 역시 명쾌한 답변 대신 두루뭉술하게 두 원인을 섞은 설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중국 체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쪽은 시 주석의 탄소 저감 정책에 따른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고, 경제적 보편성에 중점을 주는 쪽은 석탄 부족으로 인한 ‘구조적 사건’이라는 점을 더 부각한다.
현재의 단전 사태가 정치적 사건이라면, 머잖아 해소될 수 있다. 구조적 사건이라면 사태는 장기화되고 다른 국가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태 초반에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 중단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엔 중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태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탄 발전 비중 60%…세계 최대 석탄 중독 국가
중국 언론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탄 중독’이라 불릴 정도로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에선 전력난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에선 전세계 전력의 약 30%(8736TWh·테라와트시)를 생산했다. 이 중에 60.8%인 4631TWh를 석탄으로 만들어냈다. 석유와 천연가스 비중은 각각 2.1%(160TWh), 3.3%(253TWh)에 불과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인 수력 발전 비중이 17.8%(1355TWh)로 그나마 높다.
중국의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것은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 전 세계 석탄 생산량(81억t)의 47%인 38억t을 생산하고, 2억3천만t을 수입했다. 전세계 석탄의 절반을 중국이 독식하는 구조다. 에너지를 석탄에 의존하다 보니, 석탄 수급에 따라 전력 생산이 크게 휘청인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석탄 수요가 늘며 올해 1월 80달러 선이었던 석탄 1t 가격은 최근 228달러로 3배 가까이 올랐다.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수지가 맞지 않게 되자 발전소들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 이후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갈등으로 이 지역 석탄 수입이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을 4500만t 수입했다.
추가 집권 노리는 시진핑의 승부수, 탄소저감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75차 유엔(UN)대회 연설을 통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정점에 이르게 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 대책을 세워 사실상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40년 안에 석탄 중독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계획에 구체 방안이 빠졌다고 지적하지만, 세계 석탄의 절반을 소비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국제 공약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달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선 한발 더 나아가 해외에 석탄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탄소 감소 정책은 공동부유론과 함께 시 주석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떠올랐다. ‘분배에 힘쓰자’는 공동부유론이 중국 내부를 타깃으로 한다면, ‘탄소 발생을 줄이자’는 탄소중립은 국내외를 모두 포괄한다. 지난 2018년 3월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한 시 주석은 최근 탄소 중립을 본인의 추가 집권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시 주석의 ‘독재적 리더십’이 강한 탈탄소 정책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아래)중국 수도 베이징 중심 상업지구 주변에 송전탑이 들어서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전체 전력의 60%를 석탄 발전에 의지
시진핑, 석탄중독 구조 탈피하려 노력
“2060년까지 탄소중립”…아직은 구호만
지난달 시작된 중국의 전력공급 중단 사태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7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냉방 수요가 한풀 꺾인 가을 초입에 발생한 이례적인 단전 사태의 원인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전에도 단전 사태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예고 없이 광범위한 지역에 단전이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국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달 말 중국 31개 성 가운데 광둥·저장·랴오닝·지린 등 20개 성에서 전기 공급이 제한됐다. 상당수 공장이 가동을 전면 중단하거나 조업 시간을 크게 줄였다. 에너지 소비가 큰 제철소와 알루미늄 정련 공장에서 시작해 섬유·식품·전자 등 거의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랴오닝성 선양에서는 정전으로 신호등이 꺼졌고,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광둥성 광저우와 선전은 국경절 연휴를 축하하는 조명쇼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 중심 상하이에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정전을 한다고 공지했다.
생산 못했나, 안했나? 엇갈리는 두가지 원인
이번 단전 사태를 두고 두 가지 원인이 거론된다. 첫째는 중국 전체 전기 생산의 60.8%를 차지하는 석탄 부족이 이번 위기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하면서 세계적으로 석탄 수요가 급증했고, 그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중국이나 인도(70.6%)처럼 석탄 발전 비중이 큰 나라들이 석탄 부족으로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산화)탄소 감소’ 정책을 지키지 못한 지역들이 불가피하게 전력 생산을 ‘잠시’ 중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후인 2015년 10월(공산당 18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에너지 소비 총량과 소비 강도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 정책을 도입했다. 각 지방 정부에도 해마다 목표치가 부과되는데, 지난 8월 이를 지키지 못한 지역들에 경고가 전달됐고 각 지방정부가 결국 전력 생산을 잠시 중단했다는 것이다.
위의 두 설명 가운데 하나는 전력 생산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서로 상충된다. 중국 정부는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언론 역시 명쾌한 답변 대신 두루뭉술하게 두 원인을 섞은 설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중국 체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쪽은 시 주석의 탄소 저감 정책에 따른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고, 경제적 보편성에 중점을 주는 쪽은 석탄 부족으로 인한 ‘구조적 사건’이라는 점을 더 부각한다.
현재의 단전 사태가 정치적 사건이라면, 머잖아 해소될 수 있다. 구조적 사건이라면 사태는 장기화되고 다른 국가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태 초반에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 중단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엔 중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태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탄 발전 비중 60%…세계 최대 석탄 중독 국가
중국 언론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탄 중독’이라 불릴 정도로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에선 전력난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에선 전세계 전력의 약 30%(8736TWh·테라와트시)를 생산했다. 이 중에 60.8%인 4631TWh를 석탄으로 만들어냈다. 석유와 천연가스 비중은 각각 2.1%(160TWh), 3.3%(253TWh)에 불과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인 수력 발전 비중이 17.8%(1355TWh)로 그나마 높다.
중국의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것은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 전 세계 석탄 생산량(81억t)의 47%인 38억t을 생산하고, 2억3천만t을 수입했다. 전세계 석탄의 절반을 중국이 독식하는 구조다. 에너지를 석탄에 의존하다 보니, 석탄 수급에 따라 전력 생산이 크게 휘청인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석탄 수요가 늘며 올해 1월 80달러 선이었던 석탄 1t 가격은 최근 228달러로 3배 가까이 올랐다.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수지가 맞지 않게 되자 발전소들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 이후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갈등으로 이 지역 석탄 수입이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을 4500만t 수입했다.
추가 집권 노리는 시진핑의 승부수, 탄소저감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75차 유엔(UN)대회 연설을 통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정점에 이르게 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 대책을 세워 사실상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40년 안에 석탄 중독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계획에 구체 방안이 빠졌다고 지적하지만, 세계 석탄의 절반을 소비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국제 공약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달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선 한발 더 나아가 해외에 석탄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탄소 감소 정책은 공동부유론과 함께 시 주석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떠올랐다. ‘분배에 힘쓰자’는 공동부유론이 중국 내부를 타깃으로 한다면, ‘탄소 발생을 줄이자’는 탄소중립은 국내외를 모두 포괄한다. 지난 2018년 3월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한 시 주석은 최근 탄소 중립을 본인의 추가 집권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시 주석의 ‘독재적 리더십’이 강한 탈탄소 정책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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