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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자본주의’는 권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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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31회 작성일 21-09-2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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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 정치경제학자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어디라 할 것 없이 주요 산업국들에서는 초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개입을 국가 정책으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한때 ‘혁신’과 ‘미래’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심지어는 ‘공유’라는 어림도 없는 명분까지) 둘러쓰고서 사회 전체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듯싶었던 플랫폼 기업들이었다. 그래서 ‘공장식 축산으로 유니콘을 키워내자’가 국가의 산업 정책으로 떡하니 올라오기도 하는 등 바야흐로 자본주의의 미래는 플랫폼 자본주의인 듯 보였다. 그런데 20년도 채 지나기 전에 지금 전 지구적인 분위기의 대반전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플랫폼이라는 것도 그렇고 이것을 자산으로 삼는 플랫폼 사업이라는 것의 정확한 본질과 성격은 아직도 규명되지 (최소한 합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 집단이 출현하던 독점 자본주의 시대인 20세기 초의 상황을 역사적으로 빗대어 지금의 사태를 이해해 볼 수 있다. 2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개별 기업의 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한정된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 관계에서도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산업 전체를 합리화할 필요성이 대두하였다. 여기에 선봉장으로 나선 것은 바로 록펠러와 모건 등과 같은 금융의 거물들이었다. 이들은 자본 시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온갖 생산 조직들을 마음대로 사고팔면서 원하는 모습의 거대한 집단으로 ‘조립’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최종 소비로 이어지는 판로 또한 집단의 힘을 이용하여 확보해냈다. 이로써 생산-금융-판매-소유라는 전 사회적인 경제 활동 전체의 조직을 극소수의 거대 집단이 독점하게 된 것이다. 순서와 역사적 맥락은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거대 기업집단들의 대두는 독일이나 일본 등의 산업 국가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이러한 시대가 그야말로 이 공룡들의 권력과 횡포가 백주대로에서 휘둘러지던 ‘서부 개척 시대’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법천지였다. 노조를 만든 노동자들에게는 기관총을 갈겨댔다. 회계는 시가와 역사적 원가가 자의적으로 뒤섞여 있어서 원하는 가치로 부풀리거나 줄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고, 예금업과 투자은행업이 전혀 구별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내부자 거래에 대한 규제도 없었다. 그래서 1930년대의 대공황 시기에 들어선 미국의 ‘뉴딜’ 정부가 가장 먼저 내린 조치는 이렇게 산업 활동 전체를 하나로 집어삼켜버린 거대 금융-산업 복합체를 낱낱이 쪼개는 것이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사회적 권력 전체의 집중으로 인해 국민국가의 통합과 주권과 자유가 위협당하는 ‘권력의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직후 미군이 일본을 점령하였을 때 이 ‘뉴딜’주의자들이 일본의 재벌 기업 체제를 완전히 해체하고자 했던 것도 그 기업집단들이 일본 사회의 권력을 독점하여 전쟁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아마존과의 싸움의 선봉에 서 있는 연방거래위원장 리나 칸도 이러한 뉴딜주의자들의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의 독점 규제는 ‘(독점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때 가동해야 한다’는 이른바 시카고 학파의 관점이 지배적이었고, 그래서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가져다준다’는 ‘혁신’의 명분으로 온갖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리나 칸은 이러한 경제적 ‘편익’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이라는 ‘권력’의 문제로 접근한다. 플랫폼 기업들이 경제 활동 전체를 싹쓸이하여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것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금산분리의 원리 그대로, 플랫폼 기업이라면 그 플랫폼과 직결된 사업에는 아예 진출하지 못하게 만들든가, 아니면 플랫폼이라는 것을 자연 독점으로 인정하여 국유화하든가 철저한 규제 아래에 놓든가 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플랫폼 대기업과 국민국가의 충돌이라는 사태를 본다. 3차 (혹은 4차) 산업혁명의 자식인 플랫폼 대기업은 20세기 초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사회 전체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 지배의 권력망은 훨씬 촘촘하다. 신원 확인과 금융 거래는 물론 각종 민원 서비스와 같은 국민국가 고유의 권한도 이제는 넘겨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국가로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바 국민 개개인들의 관련 데이터들을 계속 축적해나가면서 그들의 모든 생각과 행동과 욕망을 탐지하고 또 만들어 나간다. 권력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여기에서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둘지 혹은 새로운 형태의 타협과 절충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09180300035#csidx864932cc81af46bac13c6a2a3b01e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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