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추미애와 윤석열, 싸워라 더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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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간 시민들의 시선을 강탈한 두 사람의 싸움 때문에 왠지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한 듯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면에서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권의 수많은 공약 중 그나마 진전을 보고 있는 분야이다.
내년 1월1일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 국한하는 법이 시행된다. 최근 법무부는 각 고등검찰청에 꾸릴 영장심의위원회의 구체 내용을 입법예고했다. 검사가 특정사건에서 영장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 신청으로 심의위를 열 수 있다. 이 역시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한다. 결코 작지 않은 변화이다.
특히 영장심의위 설치는 박정희 정권 이래로 한국에만 있는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신청권을 반세기 만에 약화하는 조치이다.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기소권 독점과 더불어 경찰을 검찰에 종속시키며, 검찰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장치이다. 심의위원에 시민의 제한 없는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사대상이 검사나 검찰조직과 가깝다는 이유로 경찰의 영장신청을 검사가 기각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 변화에 일선 검사들은 과거처럼 평검사회의를 소집하는 식으로 반발하지 않았다. 젊은 검사들일수록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그런 점에서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인사와 수사에서 권한을 박탈당한 ‘식물총장’은 제도 변화에 따른 검찰의 업무 매뉴얼 마련을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해야 할 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이 목표로 했던 ‘검찰개혁 3종 세트’ 중 출범이 늦어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계획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법무부 장관은 ‘나는 아직 개혁에 목마르다’며 연일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인사권과 감찰권 행사를 넘어 여러 수사에 관여하려 한다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입법을 시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언제든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일까. 의석수 180석에 가까운 여당의 전 대표 출신 각료로 개혁 방안을 법제화하고 시행하면 된다는 점에서 그런 걱정은 기우일 것이다.
점점 감정싸움처럼 되어가는 이 싸움을 중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이 가려버리는 많은 중요한 민생 관련 의제들을 생각하면 더 회의적이다. 하지만 기왕 논쟁의 장이 열린 마당에 이 ‘극장’을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전 언론이 많은 자원을 들여 이 싸움을 전했는데 한 명 또는 둘 모두의 낙마, 그리고 누군가의 정치인으로서의 승리라는 결과만 남게 된다면 그것은 민주 시민을 심히 모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뭔가를 더 얻어내야 한다.
그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여야 한다. 권력기관 개혁은 집중된 권력의 불투명하고 자의적 행사를 어떻게 통제할지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은 최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비공개 대검찰청·법무부 내규의 전체 목록과 일부 전문을 공개했다. 대검과 법무부는 각각 48개, 16개 내규를 여전히 비공개로 두고 목록조차 공개를 거부해왔다.
내규들을 살펴보면 피의자 방어권 및 피해자 인권 보장, 시민 알권리 충족, 검찰 행정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공개 필요성이 커 보이는 것이 적지 않았다. 가령 가해자·피해자 간 대질조사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성폭력 사건 처리 지침을 비공개하면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이 절차를 준수하는지 알 길이 없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존재가 알려진 전문수사자문단, 이재용 삼성 부회장 요청으로 재조명된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는 내규 비공개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와 ‘가진 자’들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울러 장관의 총장 배제 수사지휘 당시 대검이 검토했지만 자제했던 권한쟁의 심판 청구, 장관이 총장의 감찰 불응을 이유로 검토하는 총장 직무정지, 이에 대한 총장의 행정소송 카드 등 양자 간에 검토되는 법적 싸움들도 모두 하길 바란다. 단기적으로 검찰 행정에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분명해질 것이다. 그런 뒤에야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독립성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난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장관과 총장이 싸워서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시민들 모르게 적당히 타협하고 봉합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위험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230300115&code=990100#csidx25162835d430926b292294d0004d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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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1일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 국한하는 법이 시행된다. 최근 법무부는 각 고등검찰청에 꾸릴 영장심의위원회의 구체 내용을 입법예고했다. 검사가 특정사건에서 영장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 신청으로 심의위를 열 수 있다. 이 역시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한다. 결코 작지 않은 변화이다.
특히 영장심의위 설치는 박정희 정권 이래로 한국에만 있는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신청권을 반세기 만에 약화하는 조치이다.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기소권 독점과 더불어 경찰을 검찰에 종속시키며, 검찰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장치이다. 심의위원에 시민의 제한 없는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사대상이 검사나 검찰조직과 가깝다는 이유로 경찰의 영장신청을 검사가 기각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 변화에 일선 검사들은 과거처럼 평검사회의를 소집하는 식으로 반발하지 않았다. 젊은 검사들일수록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그런 점에서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인사와 수사에서 권한을 박탈당한 ‘식물총장’은 제도 변화에 따른 검찰의 업무 매뉴얼 마련을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해야 할 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이 목표로 했던 ‘검찰개혁 3종 세트’ 중 출범이 늦어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계획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법무부 장관은 ‘나는 아직 개혁에 목마르다’며 연일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인사권과 감찰권 행사를 넘어 여러 수사에 관여하려 한다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입법을 시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언제든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일까. 의석수 180석에 가까운 여당의 전 대표 출신 각료로 개혁 방안을 법제화하고 시행하면 된다는 점에서 그런 걱정은 기우일 것이다.
점점 감정싸움처럼 되어가는 이 싸움을 중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이 가려버리는 많은 중요한 민생 관련 의제들을 생각하면 더 회의적이다. 하지만 기왕 논쟁의 장이 열린 마당에 이 ‘극장’을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전 언론이 많은 자원을 들여 이 싸움을 전했는데 한 명 또는 둘 모두의 낙마, 그리고 누군가의 정치인으로서의 승리라는 결과만 남게 된다면 그것은 민주 시민을 심히 모독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뭔가를 더 얻어내야 한다.
그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여야 한다. 권력기관 개혁은 집중된 권력의 불투명하고 자의적 행사를 어떻게 통제할지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은 최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비공개 대검찰청·법무부 내규의 전체 목록과 일부 전문을 공개했다. 대검과 법무부는 각각 48개, 16개 내규를 여전히 비공개로 두고 목록조차 공개를 거부해왔다.
내규들을 살펴보면 피의자 방어권 및 피해자 인권 보장, 시민 알권리 충족, 검찰 행정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공개 필요성이 커 보이는 것이 적지 않았다. 가령 가해자·피해자 간 대질조사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성폭력 사건 처리 지침을 비공개하면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이 절차를 준수하는지 알 길이 없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존재가 알려진 전문수사자문단, 이재용 삼성 부회장 요청으로 재조명된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는 내규 비공개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와 ‘가진 자’들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울러 장관의 총장 배제 수사지휘 당시 대검이 검토했지만 자제했던 권한쟁의 심판 청구, 장관이 총장의 감찰 불응을 이유로 검토하는 총장 직무정지, 이에 대한 총장의 행정소송 카드 등 양자 간에 검토되는 법적 싸움들도 모두 하길 바란다. 단기적으로 검찰 행정에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분명해질 것이다. 그런 뒤에야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독립성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난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장관과 총장이 싸워서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시민들 모르게 적당히 타협하고 봉합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위험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230300115&code=990100#csidx25162835d430926b292294d0004d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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