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지수 급상승, 우려되는 한국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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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3년 펴낸 <21세기 자본>에서 소득 대비 자본의 값을 그리스 문자 베타(β)로 표시한 후 이를 분석하는 것을 “불평등 연구를 위해 필요한 첫 단계”라고 언급했다. 흔히 ‘피케티지수’ 혹은 ‘피케티계수’로 불리는 이 값은 한 사회 안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측정한다. 가령 β값이 6이라면 한 나라의 자본총량이 6년 동안의 국민소득과 같다는 뜻이다. 개인이 평균 소득으로 평균적인 부를 쌓는 데 6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케티지수는 그 자체로는 불평등을 직접 드러내진 않는다. 자본의 총량이 증가해 β값이 높아지더라도 자본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진 상태로 증가하면 불평등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자본은 노동소득에 비해 소수에 집중되어 분포한다. 따라서 이 배율이 높아지면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최근 끝난 국감에서 이 피케티지수의 급상승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8.6으로 전년(8.1)보다 0.5 상승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데이터를 활용해 피케티지수를 발표했다.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합한 국부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피케티지수가 8.8로 전년도에 비해 0.5가 올랐다고 밝혔다. 두 의원실이 공개한 피케티지수의 수치 차이는 한은 통계를 토대로 국부의 규모를 2개년 평균 잔액(고용진)과 연말 잔액(용혜인)을 기준으로 작성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피케티지수, 불평등 측정하는 출발점
중요한 점은 지수의 상승 속도이다.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이 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2%인데 최근 2년 사이 9.3% 증가했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저성장으로 국민소득으로 분배되는 몫에 비해 최근 2년 사이 자산가격이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라면서 “부동산가격 상승, 특히 토지 가격 상승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2013년 4.0배에서 2018년 4.3배, 2019년 4.6배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프랑스·호주 등은 2.4~2.8배이고, 캐나다·네덜란드는 1.3~1.6배 수준에 불과하다.
피케티지수를 산출하는 여러 기준 중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피케티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이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연구(2014)에 따르면 가계의 순자산을 합한 민간부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5.27)이 일본(6.01), 프랑스(5.75)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합한 국부를 기준으로 하면 7.67로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소득 비율이 높다는 말은 자산소득이 노동소득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면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커지면서 노동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자산을 처음부터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자산에서 생기는 임대·이자·배당 등의 소득을 누리면서 부를 세습하고, 노력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종부세·금융소득 과세 확대 유지해야
정세은 충남대 교수와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피케티지수가 불평등도를 직접 나타내지는 않지만 자본소득비율의 상승은 충분히 우려할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교수는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가 소득보다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는 점에서 토지 가격이 오를수록 소수에 부가 집중되고, 자산에서 소득이 창출되기에 소득 불평등도 뒤따라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보통 경제성장을 한 지 오래될수록 자본축적이 많아져 피케티지수는 선진국이 될수록 높아진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경제 발전 수준에 비해서 자산 집중도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주병기 교수는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은 특성을 반영해 부동산 자산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150~200%인 선진국에 비해 400%가 넘는다”면서 “하지만 피케티지수 상승이 부동산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건 분명해 보이고, 그 가격 변화가 서울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자산이 불균등하게 늘어난 건 맞다”고 말했다.
자산 불평등 심화를 교정하려면 결국 노동소득보다 부동산과 금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자산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자산가치를 하향 안정화하는데 양도소득세나 거래세 같은 조세보다 보유세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토지보유세를 걷어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혜인 의원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5년 기준 0.16%로, OECD 평균 0.33%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보유세를 올리려 할 때마다 엄청난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보유세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절대다수를 보유세 인상의 수혜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배당보다 부동산 과세 강화와 임대주택 확대 등 실거주자를 위한 안전망 제공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세은 교수는 “토지배당으로 고루 나눠주면 액수가 작아 양극화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부동산 과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로 기대 수익을 낮춰 투기를 막고, 거둔 돈은 일반 재원에 통합해 주거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병기 교수는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등 보유세를 정상화하면서 동시에 공시가격 반영률을 높여 조세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특히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범위를 종목당 주식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재검토하려는 여당의 흐름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2023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5000만원이 넘는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를 계획하고 있는데 과도기적으로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다소 조정이 필요하다면 10억원이나 3억원의 중간지점에서 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원천무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그간 세제 개편의 큰 흐름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 그리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원칙을 따르는 것”이었다면서 “피케티지수 상승으로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장기 성장 잠재율 둔화가 걱정된다면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부담력 있는 계층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10311526001&code=920100#csidx7f2e1e2dcad642b820a1963042537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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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지수는 그 자체로는 불평등을 직접 드러내진 않는다. 자본의 총량이 증가해 β값이 높아지더라도 자본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진 상태로 증가하면 불평등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자본은 노동소득에 비해 소수에 집중되어 분포한다. 따라서 이 배율이 높아지면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최근 끝난 국감에서 이 피케티지수의 급상승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8.6으로 전년(8.1)보다 0.5 상승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데이터를 활용해 피케티지수를 발표했다.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합한 국부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피케티지수가 8.8로 전년도에 비해 0.5가 올랐다고 밝혔다. 두 의원실이 공개한 피케티지수의 수치 차이는 한은 통계를 토대로 국부의 규모를 2개년 평균 잔액(고용진)과 연말 잔액(용혜인)을 기준으로 작성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피케티지수, 불평등 측정하는 출발점
중요한 점은 지수의 상승 속도이다.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이 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2%인데 최근 2년 사이 9.3% 증가했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저성장으로 국민소득으로 분배되는 몫에 비해 최근 2년 사이 자산가격이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라면서 “부동산가격 상승, 특히 토지 가격 상승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2013년 4.0배에서 2018년 4.3배, 2019년 4.6배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프랑스·호주 등은 2.4~2.8배이고, 캐나다·네덜란드는 1.3~1.6배 수준에 불과하다.
피케티지수를 산출하는 여러 기준 중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피케티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이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연구(2014)에 따르면 가계의 순자산을 합한 민간부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5.27)이 일본(6.01), 프랑스(5.75)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합한 국부를 기준으로 하면 7.67로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소득 비율이 높다는 말은 자산소득이 노동소득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면서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커지면서 노동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자산을 처음부터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자산에서 생기는 임대·이자·배당 등의 소득을 누리면서 부를 세습하고, 노력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종부세·금융소득 과세 확대 유지해야
정세은 충남대 교수와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피케티지수가 불평등도를 직접 나타내지는 않지만 자본소득비율의 상승은 충분히 우려할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교수는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가 소득보다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는 점에서 토지 가격이 오를수록 소수에 부가 집중되고, 자산에서 소득이 창출되기에 소득 불평등도 뒤따라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보통 경제성장을 한 지 오래될수록 자본축적이 많아져 피케티지수는 선진국이 될수록 높아진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경제 발전 수준에 비해서 자산 집중도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주병기 교수는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은 특성을 반영해 부동산 자산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150~200%인 선진국에 비해 400%가 넘는다”면서 “하지만 피케티지수 상승이 부동산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건 분명해 보이고, 그 가격 변화가 서울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자산이 불균등하게 늘어난 건 맞다”고 말했다.
자산 불평등 심화를 교정하려면 결국 노동소득보다 부동산과 금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자산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자산가치를 하향 안정화하는데 양도소득세나 거래세 같은 조세보다 보유세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토지보유세를 걷어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혜인 의원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5년 기준 0.16%로, OECD 평균 0.33%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보유세를 올리려 할 때마다 엄청난 조세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보유세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을 극복하려면 국민의 절대다수를 보유세 인상의 수혜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배당보다 부동산 과세 강화와 임대주택 확대 등 실거주자를 위한 안전망 제공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세은 교수는 “토지배당으로 고루 나눠주면 액수가 작아 양극화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부동산 과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로 기대 수익을 낮춰 투기를 막고, 거둔 돈은 일반 재원에 통합해 주거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병기 교수는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등 보유세를 정상화하면서 동시에 공시가격 반영률을 높여 조세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특히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범위를 종목당 주식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재검토하려는 여당의 흐름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2023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5000만원이 넘는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를 계획하고 있는데 과도기적으로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다소 조정이 필요하다면 10억원이나 3억원의 중간지점에서 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원천무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그간 세제 개편의 큰 흐름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 그리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원칙을 따르는 것”이었다면서 “피케티지수 상승으로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장기 성장 잠재율 둔화가 걱정된다면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부담력 있는 계층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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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10311526001&code=920100#csidx7f2e1e2dcad642b820a1963042537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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