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가능성 제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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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논설실장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고…”(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기존 청와대로 윤석열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16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윤석열 당선인(이하 윤석열)이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20일 기자회견 직전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왔으나 윤석열은 돌파를 택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옮겨가고 국방부·합동참모본부가 연쇄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 문제를 여기서 거론할 생각은 없다. 안보공백 우려도 마찬가지다. 관심 갖는 건 차기 대통령의 ‘정치하는 방식’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50일은 이사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용산행’을 공식화하되, 이전 작업은 단계적으로 진행해 올해 안이든 내년 5월까지든 마무리하겠다면 이해 못할 사람이 드물 터다. 그런데 5월10일 임기 첫날을 용산에서 시작하겠다고 한다. 국방부 말을 빌리면 “짐 빼는 데만 20일가량 24시간 엘리베이터 4대를 풀가동해야” 한다. 북한도 울고 갈 ‘천리마식 속도전’을 펼칠 참이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은 자연스럽다. 회견에서도 이 부분에 질문이 집중됐다. 윤석열은 “시간이 걸리면 결국 (청와대에) 들어가야 되는데, 들어가서 근무를 시작하면 여러 가지 바쁜 일들 때문에 이전이 안 된다”고 했다.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권한이 제한적인 당선인 시절에도 밀어붙일 수 있다면, 모든 권한과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 임기 초에 못할 일이 뭔가. 무속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건 무속 관련성이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밟고 있는지, 밟을 것인지다.
윤석열은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여론조사에 따라서 하는 것보다는,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자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해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한다는 말씀인데,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결단’이란 말을 되풀이했다. 결정적 힌트다.
지금 그는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소명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공화국을 이끌 새 지도자에게 소명의식은 필요하다. 단, 정치가 소명의식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실패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스 베버의 유명한 비유를 소환한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다”(<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 이 책의 번역자이자 40여년간 베버 연구에 천착한 전성우 한양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널빤지란, 온갖 종류의 복잡다기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뒤엉킨 현실”이다. 더 들어보자. “우선 이 널빤지에 구멍을 뚫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정치를 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만약 그가 이 널빤지를 단칼에, 즉 자신의 신념만이 옳다는 독선으로 뚫어버리겠다고 한다면, 그는 이 널빤지 자체를 깨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
윤석열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널빤지를 강하게, 단칼에 뚫고자 한다. 하여, 공청회나 국민과의 대화 같은 여론 수렴 과정은 가볍게 건너뛴다.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등 국민 반응을 기다릴 생각도 없다. 주권자의 대표인 국회와 협의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물러갈 정부에서 예비비만 받아내면 될 뿐이다. 소통을 위해 이전한다더니 소통은 온데간데없다. ‘균형감각’ 결여다. 자칫하면 널빤지 자체가 깨질 수 있다.
정치는 밀어붙여서 되지 않는다. 아니, 밀어붙일수록 반작용이 커지는 게 정치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평가받지만, 정치지도자는 의도·과정·결과를 총체적으로 평가받는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싶은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고리를 끊고 싶은가? 길은 명확하다. 5월10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일단 청와대로 들어간 뒤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윤석열은 지난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를 풀어가길” 당부했다. 그것이 정도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번에만’ 제왕적 방식을 사용하겠다는 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에만’ 독재를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 민주주의는 없다. ‘절대’ 안 되는 정치, ‘가능성 제로’의 정치도 없다.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고…”(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기존 청와대로 윤석열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16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윤석열 당선인(이하 윤석열)이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20일 기자회견 직전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왔으나 윤석열은 돌파를 택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옮겨가고 국방부·합동참모본부가 연쇄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 문제를 여기서 거론할 생각은 없다. 안보공백 우려도 마찬가지다. 관심 갖는 건 차기 대통령의 ‘정치하는 방식’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50일은 이사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용산행’을 공식화하되, 이전 작업은 단계적으로 진행해 올해 안이든 내년 5월까지든 마무리하겠다면 이해 못할 사람이 드물 터다. 그런데 5월10일 임기 첫날을 용산에서 시작하겠다고 한다. 국방부 말을 빌리면 “짐 빼는 데만 20일가량 24시간 엘리베이터 4대를 풀가동해야” 한다. 북한도 울고 갈 ‘천리마식 속도전’을 펼칠 참이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은 자연스럽다. 회견에서도 이 부분에 질문이 집중됐다. 윤석열은 “시간이 걸리면 결국 (청와대에) 들어가야 되는데, 들어가서 근무를 시작하면 여러 가지 바쁜 일들 때문에 이전이 안 된다”고 했다.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권한이 제한적인 당선인 시절에도 밀어붙일 수 있다면, 모든 권한과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 임기 초에 못할 일이 뭔가. 무속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건 무속 관련성이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밟고 있는지, 밟을 것인지다.
윤석열은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여론조사에 따라서 하는 것보다는,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자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해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한다는 말씀인데,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결단’이란 말을 되풀이했다. 결정적 힌트다.
지금 그는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소명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공화국을 이끌 새 지도자에게 소명의식은 필요하다. 단, 정치가 소명의식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실패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스 베버의 유명한 비유를 소환한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다”(<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 이 책의 번역자이자 40여년간 베버 연구에 천착한 전성우 한양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널빤지란, 온갖 종류의 복잡다기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뒤엉킨 현실”이다. 더 들어보자. “우선 이 널빤지에 구멍을 뚫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정치를 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만약 그가 이 널빤지를 단칼에, 즉 자신의 신념만이 옳다는 독선으로 뚫어버리겠다고 한다면, 그는 이 널빤지 자체를 깨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
윤석열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널빤지를 강하게, 단칼에 뚫고자 한다. 하여, 공청회나 국민과의 대화 같은 여론 수렴 과정은 가볍게 건너뛴다.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등 국민 반응을 기다릴 생각도 없다. 주권자의 대표인 국회와 협의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물러갈 정부에서 예비비만 받아내면 될 뿐이다. 소통을 위해 이전한다더니 소통은 온데간데없다. ‘균형감각’ 결여다. 자칫하면 널빤지 자체가 깨질 수 있다.
정치는 밀어붙여서 되지 않는다. 아니, 밀어붙일수록 반작용이 커지는 게 정치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평가받지만, 정치지도자는 의도·과정·결과를 총체적으로 평가받는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싶은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고리를 끊고 싶은가? 길은 명확하다. 5월10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일단 청와대로 들어간 뒤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윤석열은 지난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를 풀어가길” 당부했다. 그것이 정도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번에만’ 제왕적 방식을 사용하겠다는 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에만’ 독재를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 민주주의는 없다. ‘절대’ 안 되는 정치, ‘가능성 제로’의 정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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