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뒷걸음질’에 곡기 끊은 얼굴들은 까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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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1-09 01:56 조회 5,126 댓글 0본문
‘아쉬운’ 중대재해법 국회 본회의 통과
단식농성 산재 유족들 ‘슬픈 해단식’
말 많고 탈 많던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이 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들이 29일 동안 곡기를 끊어가며염원했던 법 제정이지만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칠수록 뒷걸음질 쳐온 법조문이 한 줄 한 줄 마음에 걸린 탓이다.
이날로 29일째 단식 농성을 벌여온 정의당 지도부와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들은 오후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이 최종 의결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조촐한 해단식을 열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해단식에서 “국회에서 한파보다 더 차가웠던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태도였다”며 “유족들은 다른 사람들은 내 자식처럼 희생되어선 안 된다며 곡기 끊고 찬 바닥에 앉았지만 거대 양당은 중대재해의 정의를 정하는데 꼬박 하루를 보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용균이는 돌아오지 않지만…”
막판까지 투쟁을 이어온 유족들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 자리에서 “아무리 이렇게 노력해도 내 자식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 살리겠다고 30일 가까이 끼니 굶어가며 우리를 죽여왔다”며 “왜 사람 살리는데 국가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 이한빛 피디(PD) 아버지 이용관씨는 중대재해로 떠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울먹였다. 이씨는 “사무치게 보고 싶은 그리운 나의 사랑하는 아들 한빛이와 용균이 그리고 모든 영령들, 함께 고통을 느끼며 죽지 못해 살아갈 수많은 유가족들께 중대재해법을 바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유족들의 투쟁은 막판의 막판까지 계속됐다. 김미숙씨와 이용관씨는 이날 오전 법사위 회의장에서도 “중대재해법 제정 청원을 냈는데 왜 청원자의 의견은 들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다가 제지당했다. “단 한줄의 법조문이라도 다시 건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시작할 때만 해도 단식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곤 유족들도 미처 예상 못 했다. 12월 임시회 종료일인 1월8일까지 단식이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도 물론 생각했지만, 해를 넘기기 전에 처리될 거라는 희망 섞인 예측이었다. 유가족들이 맹추위 속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는 데다 여론도 법 제정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해를 사흘 남긴 지난달 28일 알맹이가 쏙 빠진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도저히 단식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줄곧 농성 천막을 지킨 강은미 의원실의 장화동 보좌관은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던 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미안하고 힘들었던 때”로 기억하고 있었다. 장 보좌관은 “곡기를 끊은 몸도 연말 처리를 예상했는지 새해를 맞이하면서 유족들과 강 의원의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하루하루 얼굴색이 까맣게 변해갔다”고 말했다. 단식 농성을 벌인 29일 내내 수많은 지지 방문이 이어졌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은 외로운 싸움이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자식 떠나보내고 국회에서 싸우고 있는 유족들이 지독하게 외로워 보였다”라며 “정작 그 죽음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말만 하고 행동은 느렸다. 그 무심함에서 오는 단절감이 유족들을 가장 많이 괴롭혔다”고 말했다.
김종철 “이제 다시 시작…‘갔다 올게’라는 약속 꼭 지켜드리겠다”
연말연시 텅 빈 국회를 쓸쓸히 지킬 땐 서러움마저 몰려왔다. 때가 때이니만큼 김미숙씨 입에서 ‘용균이’ 이름은 더 자주 나왔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연말로 갈수록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어머님은 ‘이 법 통과된다고 용균이가 살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나 같은 엄마는 다신 없었음 좋겠다’는 얘기를 계속하셨다”고 말했다.
오랜 단식으로 건강에 무리가 온 유가족들은 해단식이 끝난 뒤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단식은 여기서 멈추지만 그들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김종철 대표는 “이제 시작인 만큼 정의당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여전히 유예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겠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을 완성할 때까지 저희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매일 하는 ‘갔다 올게’라는 약속 꼭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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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산재 유족들 ‘슬픈 해단식’
말 많고 탈 많던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이 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들이 29일 동안 곡기를 끊어가며염원했던 법 제정이지만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칠수록 뒷걸음질 쳐온 법조문이 한 줄 한 줄 마음에 걸린 탓이다.
이날로 29일째 단식 농성을 벌여온 정의당 지도부와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들은 오후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이 최종 의결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조촐한 해단식을 열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해단식에서 “국회에서 한파보다 더 차가웠던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태도였다”며 “유족들은 다른 사람들은 내 자식처럼 희생되어선 안 된다며 곡기 끊고 찬 바닥에 앉았지만 거대 양당은 중대재해의 정의를 정하는데 꼬박 하루를 보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용균이는 돌아오지 않지만…”
막판까지 투쟁을 이어온 유족들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 자리에서 “아무리 이렇게 노력해도 내 자식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 살리겠다고 30일 가까이 끼니 굶어가며 우리를 죽여왔다”며 “왜 사람 살리는데 국가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 이한빛 피디(PD) 아버지 이용관씨는 중대재해로 떠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울먹였다. 이씨는 “사무치게 보고 싶은 그리운 나의 사랑하는 아들 한빛이와 용균이 그리고 모든 영령들, 함께 고통을 느끼며 죽지 못해 살아갈 수많은 유가족들께 중대재해법을 바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유족들의 투쟁은 막판의 막판까지 계속됐다. 김미숙씨와 이용관씨는 이날 오전 법사위 회의장에서도 “중대재해법 제정 청원을 냈는데 왜 청원자의 의견은 들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다가 제지당했다. “단 한줄의 법조문이라도 다시 건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시작할 때만 해도 단식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곤 유족들도 미처 예상 못 했다. 12월 임시회 종료일인 1월8일까지 단식이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도 물론 생각했지만, 해를 넘기기 전에 처리될 거라는 희망 섞인 예측이었다. 유가족들이 맹추위 속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는 데다 여론도 법 제정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해를 사흘 남긴 지난달 28일 알맹이가 쏙 빠진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도저히 단식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줄곧 농성 천막을 지킨 강은미 의원실의 장화동 보좌관은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던 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미안하고 힘들었던 때”로 기억하고 있었다. 장 보좌관은 “곡기를 끊은 몸도 연말 처리를 예상했는지 새해를 맞이하면서 유족들과 강 의원의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하루하루 얼굴색이 까맣게 변해갔다”고 말했다. 단식 농성을 벌인 29일 내내 수많은 지지 방문이 이어졌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은 외로운 싸움이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자식 떠나보내고 국회에서 싸우고 있는 유족들이 지독하게 외로워 보였다”라며 “정작 그 죽음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말만 하고 행동은 느렸다. 그 무심함에서 오는 단절감이 유족들을 가장 많이 괴롭혔다”고 말했다.
김종철 “이제 다시 시작…‘갔다 올게’라는 약속 꼭 지켜드리겠다”
연말연시 텅 빈 국회를 쓸쓸히 지킬 땐 서러움마저 몰려왔다. 때가 때이니만큼 김미숙씨 입에서 ‘용균이’ 이름은 더 자주 나왔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연말로 갈수록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어머님은 ‘이 법 통과된다고 용균이가 살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나 같은 엄마는 다신 없었음 좋겠다’는 얘기를 계속하셨다”고 말했다.
오랜 단식으로 건강에 무리가 온 유가족들은 해단식이 끝난 뒤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단식은 여기서 멈추지만 그들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김종철 대표는 “이제 시작인 만큼 정의당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여전히 유예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겠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을 완성할 때까지 저희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매일 하는 ‘갔다 올게’라는 약속 꼭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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