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몰래 시작한 한국 첫 잠수함 장보고함, 34년 임무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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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1-19 19:32 조회 5 댓글 0본문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19일 오후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서울역 대우빌딩에서 몰래 시작된 프로젝트’…지구 15바퀴 항해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첫 잠수함 장보고함(SS-Ⅰ·1200t급)이 올 연말 퇴역을 앞두고 19일 마지막 항해를 했다.
군함은 다른 무기체계와 달리 사람처럼 고유 이름이 있고, 진수-취역-배치-퇴역 등 직업군인의 삶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장보고함은 이날 오후 진해군항을 출항해 약 2시간의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입항했다. 1991년 8월 독일 하데베(HDW) 조선소에서 진수한 이후 34년간의 항해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보고함이 부두에 홋줄을 걸고 ‘입항’ 방송을 하자 진해 군항에 정박 중인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마지막 항해를 축하했다.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는 장보고함의 첫 항해를 맡았던 안병구(예비역 해군 준장) 초대 함장과 당시 무장관, 주임원사 등 인수 요원 4명이 함께 했다. 첫 항해를 담당했던 인수요원이 마지막 항해를 함께한 것은 ‘장보고함의 발전이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의 발전’이라는 신념으로 34년간 해양주권 수호에 헌신한 장보고함의 마지막 임무를 더욱 의미있게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해군이 전했다.
1970년대 북한은 먼저 로미오급(1400t급) 잠수함을 확보했지만 한국군은 잠수함이 한 척도 없었다. 당시 부족한 해군 예산으로 북한 간첩선을 연안에서 막기에 급급했고, 미국도 한국의 잠수함 도입을 원하지 않았다.
1980년대 한국은 잠수함 대신 규모가 작은 잠수정 개발에 나서 국내 최초 잠수정인 200t급 잠수정인 ‘돌고래’ 3척을 만들었다. 돌고래는 특수부대 침투용 소형 잠수정이라 수중에서 작전을 펼치는 전투함인 잠수함과는 임무와 성능이 달랐다.
1987년 한국은 600억원의 예산으로 독일에서 잠수함 1척을 건조하고 2척은 국내에서 조립·생산하는 잠수함 도입 계획을 세웠다. 당시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미국 등이 한국 잠수함 도입을 반기지 않아 비밀리에 추진해야 했다. 당시 해군 장교들은 군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근무했다고 한다. 해군은 첫 잠수함의 함명을 통일신라 시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양을 개척했던 장보고 장군의 이름을 따서 ‘장보고함’으로 명명했고, 함정번호는 SS-061로 부여했다.
장보고함은 1988년 독일 하데베 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했다. 함정 인수요원, 정비요원, 감독관 등 100여명의 해군 장병 및 관계관이 1990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독일에 파견됐고, 1992년 8월 부대를 창설해 같은 해 10월 독일에서 장보고함을 인수했다.
독일에서 교육은 대부분 독일어로 진행됐다. 독일 교관이 독일어로 강연하면 통역이 영어로 옮겼다. 교육을 마치면 매일 학습한 내용을 장교들이 분담해 우리 말로 번역해 한국에 보냈다. 국내에서는 이 자료를 받아 잠수함 승조원 양성 교재를 만들었다.
독일 조선소에서는 잠이 없는 한국 해군을 ‘해군 사무실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해군’으로 불렀다. 국내에서 바로 후속 잠수함 건조를 진행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그날 배운 내용을 바로 번역해 한국에 보내주려면 매일 야근을 해야 했다.
독일로 간 해군들은 출발 전 국내에서 영어 교육을 따로 받았지만 독일말은 서툴러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해군 장병이 소꼬리 찜이 먹고 싶어 독일 정육점에 갔는데 독일어로 ‘소꼬리’를 몰라 종업원에게 “음매”하며 손을 엉덩이에 대고 흔들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장보고함은 1993년 4월 네덜란드 화물선에 탑재된 상태로 독일을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같은 해 5월 한국에 도착했다. 군함을 인수받으면 자력으로 항해하는 것이 관례지만 장보고함이 비무장 상태로 장거리 항해를 하다 해적이나 적대 세력의 공격을 받을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군함은 취역하지 않으면 무기를 싣지 못하는 규정이 있다.
장보고함은 1992년부터 2025년까지 지구 둘레 15바퀴가 넘는 약 34만2천해상마일(해리·약 63만3천㎞)을 안전하게 항해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해군 잠수함사령부는 이날 장보고함 입항에 맞춰 장보고함의 안전 항해와 임무 완수를 기념하고 세대를 잇는 잠수함 정신 계승과 ‘1번 잠수함의 유산’을 되새기기 위해 마지막 항해를 축하하는 부대 행사를 개최했다. 안병구 초대 함장과 마지막 함장인 이제권(소령) 함장이 마지막 항해에 사용한 태극기(항해기)에 서명하고 기념 화환을 전달받았다.
마지막 항해를 함께한 안병구 초대함장은 “장보고함 도입 이전 수중은 우리 해군의 영역이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였던 대한민국의 바닷속을 개척한 ‘해양의 개척자’ 장보고함의 처음과 마지막 항해를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90년대 초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하고 운용 기술을 배워왔던 우리 해군이 3천톤 이상의 잠수함을 운용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디젤 잠수함 운용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2년 8월1일 부대를 창설한 장보고함은 인수과정을 거쳐 1993년 6월1일 대한민국의 첫 번째 잠수함으로 취역했다. 장보고함은 1997년 하와이 파견훈련을 통해 1만해상마일(약 1만8천㎞) 단독 항해에 성공하며 장거리 잠항과 원해 작전능력을 입증했다. 2004년 환태평양 훈련에서는 미국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 척을 모의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았다.
장보고함은 ‘백번 잠항하면 백번 부상한다’는 잠수함사령부의 안전 신조를 새기고 동·서·남해와 해외를 누비며 2011년 안전항해 20만해상마일, 2019년 안전항해 30만해상마일을 넘어 마지막 항해 당일까지 34년간 34만2천해상마일을 안전 항해하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장보고함은 2023년까지 작전임무를 수행하다 2024년에 훈련함으로 전환돼 잠수함 승조원 교육훈련, 수리함정 팀워크 훈련, 잠수함 승조원 자격 유지를 위한 훈련 지원 등의 임무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권(소령) 장보고함장은 “장보고함은 최초의 국산 잠수함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장영실함 도입, 국가전략부대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 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며 “앞으로도 잠수함 승조원 모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장보고함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은밀하게 가장 강력한 무기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침묵의 수호자로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장보고함이 마지막 항해에 나서기 한 달 전인 10월 2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우리 해군의 첫 3600t급 잠수함인 장영실함 진수식이 열렸다.
‘서울역 대우빌딩에서 몰래 시작된 프로젝트’…지구 15바퀴 항해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첫 잠수함 장보고함(SS-Ⅰ·1200t급)이 올 연말 퇴역을 앞두고 19일 마지막 항해를 했다.
군함은 다른 무기체계와 달리 사람처럼 고유 이름이 있고, 진수-취역-배치-퇴역 등 직업군인의 삶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장보고함은 이날 오후 진해군항을 출항해 약 2시간의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입항했다. 1991년 8월 독일 하데베(HDW) 조선소에서 진수한 이후 34년간의 항해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보고함이 부두에 홋줄을 걸고 ‘입항’ 방송을 하자 진해 군항에 정박 중인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마지막 항해를 축하했다.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는 장보고함의 첫 항해를 맡았던 안병구(예비역 해군 준장) 초대 함장과 당시 무장관, 주임원사 등 인수 요원 4명이 함께 했다. 첫 항해를 담당했던 인수요원이 마지막 항해를 함께한 것은 ‘장보고함의 발전이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의 발전’이라는 신념으로 34년간 해양주권 수호에 헌신한 장보고함의 마지막 임무를 더욱 의미있게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해군이 전했다.
1970년대 북한은 먼저 로미오급(1400t급) 잠수함을 확보했지만 한국군은 잠수함이 한 척도 없었다. 당시 부족한 해군 예산으로 북한 간첩선을 연안에서 막기에 급급했고, 미국도 한국의 잠수함 도입을 원하지 않았다.
1980년대 한국은 잠수함 대신 규모가 작은 잠수정 개발에 나서 국내 최초 잠수정인 200t급 잠수정인 ‘돌고래’ 3척을 만들었다. 돌고래는 특수부대 침투용 소형 잠수정이라 수중에서 작전을 펼치는 전투함인 잠수함과는 임무와 성능이 달랐다.
1987년 한국은 600억원의 예산으로 독일에서 잠수함 1척을 건조하고 2척은 국내에서 조립·생산하는 잠수함 도입 계획을 세웠다. 당시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미국 등이 한국 잠수함 도입을 반기지 않아 비밀리에 추진해야 했다. 당시 해군 장교들은 군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근무했다고 한다. 해군은 첫 잠수함의 함명을 통일신라 시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양을 개척했던 장보고 장군의 이름을 따서 ‘장보고함’으로 명명했고, 함정번호는 SS-061로 부여했다.
장보고함은 1988년 독일 하데베 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했다. 함정 인수요원, 정비요원, 감독관 등 100여명의 해군 장병 및 관계관이 1990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독일에 파견됐고, 1992년 8월 부대를 창설해 같은 해 10월 독일에서 장보고함을 인수했다.
독일에서 교육은 대부분 독일어로 진행됐다. 독일 교관이 독일어로 강연하면 통역이 영어로 옮겼다. 교육을 마치면 매일 학습한 내용을 장교들이 분담해 우리 말로 번역해 한국에 보냈다. 국내에서는 이 자료를 받아 잠수함 승조원 양성 교재를 만들었다.
독일 조선소에서는 잠이 없는 한국 해군을 ‘해군 사무실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해군’으로 불렀다. 국내에서 바로 후속 잠수함 건조를 진행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그날 배운 내용을 바로 번역해 한국에 보내주려면 매일 야근을 해야 했다.
독일로 간 해군들은 출발 전 국내에서 영어 교육을 따로 받았지만 독일말은 서툴러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해군 장병이 소꼬리 찜이 먹고 싶어 독일 정육점에 갔는데 독일어로 ‘소꼬리’를 몰라 종업원에게 “음매”하며 손을 엉덩이에 대고 흔들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장보고함은 1993년 4월 네덜란드 화물선에 탑재된 상태로 독일을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같은 해 5월 한국에 도착했다. 군함을 인수받으면 자력으로 항해하는 것이 관례지만 장보고함이 비무장 상태로 장거리 항해를 하다 해적이나 적대 세력의 공격을 받을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군함은 취역하지 않으면 무기를 싣지 못하는 규정이 있다.
장보고함은 1992년부터 2025년까지 지구 둘레 15바퀴가 넘는 약 34만2천해상마일(해리·약 63만3천㎞)을 안전하게 항해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해군 잠수함사령부는 이날 장보고함 입항에 맞춰 장보고함의 안전 항해와 임무 완수를 기념하고 세대를 잇는 잠수함 정신 계승과 ‘1번 잠수함의 유산’을 되새기기 위해 마지막 항해를 축하하는 부대 행사를 개최했다. 안병구 초대 함장과 마지막 함장인 이제권(소령) 함장이 마지막 항해에 사용한 태극기(항해기)에 서명하고 기념 화환을 전달받았다.
마지막 항해를 함께한 안병구 초대함장은 “장보고함 도입 이전 수중은 우리 해군의 영역이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였던 대한민국의 바닷속을 개척한 ‘해양의 개척자’ 장보고함의 처음과 마지막 항해를 함께해 영광이었다”며 “90년대 초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하고 운용 기술을 배워왔던 우리 해군이 3천톤 이상의 잠수함을 운용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디젤 잠수함 운용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2년 8월1일 부대를 창설한 장보고함은 인수과정을 거쳐 1993년 6월1일 대한민국의 첫 번째 잠수함으로 취역했다. 장보고함은 1997년 하와이 파견훈련을 통해 1만해상마일(약 1만8천㎞) 단독 항해에 성공하며 장거리 잠항과 원해 작전능력을 입증했다. 2004년 환태평양 훈련에서는 미국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 척을 모의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았다.
장보고함은 ‘백번 잠항하면 백번 부상한다’는 잠수함사령부의 안전 신조를 새기고 동·서·남해와 해외를 누비며 2011년 안전항해 20만해상마일, 2019년 안전항해 30만해상마일을 넘어 마지막 항해 당일까지 34년간 34만2천해상마일을 안전 항해하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장보고함은 2023년까지 작전임무를 수행하다 2024년에 훈련함으로 전환돼 잠수함 승조원 교육훈련, 수리함정 팀워크 훈련, 잠수함 승조원 자격 유지를 위한 훈련 지원 등의 임무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권(소령) 장보고함장은 “장보고함은 최초의 국산 잠수함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장영실함 도입, 국가전략부대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 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며 “앞으로도 잠수함 승조원 모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장보고함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은밀하게 가장 강력한 무기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침묵의 수호자로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장보고함이 마지막 항해에 나서기 한 달 전인 10월 2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우리 해군의 첫 3600t급 잠수함인 장영실함 진수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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